나는 24살에 첫 입사를 해서, 벌써 두번째 퇴사를 앞두고 있다. 아직 학교는 끝나려면 1년이나 남았는데 두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던 이야기와 또, 박차고 나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짤막하게 얻은 것을 생각해보면, 첫 회사에서는 다른사람과 협업을 위한 능력과 전체적인 빅데이터 스트럭쳐에 대한 안목을 길렀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프로세스 기획 및 팀 리딩 능력, 데이터에 대한 면에 대해서 많이 성장한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과 수석에 내 정도 머리면 충분히 대기업에 갈 수 있지 않냐, 무엇이 부족하길래 남들이 걷지않는 험한 스타트업길을 계속 가냐고 하면 항상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얼버무린 경험이 많다.

한번 여기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자면, 첫째로 나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많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나를 증명하고 싶다. 나는 내 방식대로 성공해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다. 학교 공부라던지 도움이 안됐다는 게 아니라, 나는 좀 더 내 삶에 와닿는게 필요했다.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경험을 하고 세상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연치않은 기회로 나는 머신러닝을 접하게 되었고, 많다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희열과 재미를 느꼈고, 이 길이 내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 일을 시작했던 계기가 이전에 구직사이트에 달랑 남겨놨던 깃허브 페이지를 첫 회사 대표님이 흥미롭게 보셨다고 했다. 입사전엔 면접을 두번 봤었는데 처음엔 이전에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지 발표 형식으로 한시간 반을 얘기를 했고, 두번째는 지금 맡을 포지션에 필요한 기술들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그렇게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사실 학생의 입장에서 들어가서 업무를 진행하고 (창업자가 아닌) 이끌어나갈 기회가 별로없다고 알고있다. 아마 웬만한 기업은 졸업은 해야 뽑지 않나 싶다.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학생은 인턴도 아니고 정말 리스키한 인력이 아닐 수 없다. 학생 입장에서도 내가 학업 때문에 오래 일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부담이 된다. 첫 회사 입사전에도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잡 오퍼를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었던 욕구의 분출이었던 것 같다. (이전 회사 대표님도 유학파시고 굉장히 독특하셨다.)

스타트업 내의 생활은 생각보다 타이트했다. 내 뒷자리 쪽엔 대표님이 앉아계셨고, 칸막이도 없었다. 쉬는 시간도 없었고 물론 칼퇴도 없었다. 내 업무능력 뿐만이 아니라 사내 서로 다 다른 포지션이었지만 서로의 업무 능력이 매일 아침 회의만 하더라도 바로바로 느껴졌다. 내가 이 회사의 빅데이터관련 모든 책임을 떠안은 책임자이자 실무자였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중압감에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혼자 여유롭게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현실의 오너의 시각은 완벽히 달랐다. 많은 부분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에야 아주 조금~ 여유롭게 ELMO 얘기하고 BERT 얘기하고 Memory Network 얘기하고 바로 기획하고, 컨펌받고 연구하면서 업무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오늘도 성과가 안나면 어떻게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뒤따랐다.

결국 편하게 돈벌고 싶어서 머신러닝을 시작했지만 하루 열두시간에 주말까지 회사를 나가면서 업무와 연구를 같이 진행했다. 1층에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었는데 관련 머신러닝, 빅데이터 책들을 전부 다읽어버렸고,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 논문들은 집에까지 가져와서 꾸역꾸역 읽었다. 많이 부끄러운 실력이었지만(지금도) 정말 열정적으로 했음에는 의심할 수가 없었고,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산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내가 맡았던 업무는 스피킹 AI 개발이었고, STT와 TTS는 일단 (너무나 감사한) 네이버API에게 맡기면서 챗봇만을 목표로 진행했다. 주로 혼자서 업무를 맡았지만 중간에 회사에서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2~3달만에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프론트 엔드분과 함께 기초단계의 챗봇 앱을 만들었다. 회사에서는 그 기본적인 기능과 원래 있던 앱을 가지고 시연해 스프링캠프의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나중에 난 기사를 보고 알았다. ‘i saw a ghost’ 라고 했을 때, ‘then, where is she?’ 라고 나오던 결과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지금 스타트업을 다녀보자 생각했던 두번째 이유는, 한 분야에 대한 정상을 찍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과 같은 길을 걷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느꼈고, 내 나름대로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금도 눈뜨고 잘때까지 일해도 좋고 다른 건 상관 없으니 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남들과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많은 면을 첫 회사에서 배웠고 정말 감사한 경험들 이었지만, 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로서 성장하고 싶었고, 더 이 분야에 집중해서 능력을 쌓고 싶었다.(커버리지가 너무 넓었어서 머신러닝에만 집중한 채 업무를 진행하기가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뒤론 잠시 머신러닝 기본기를 쌓았다. (물론 지금도 너~무 기본기가 약해서 이번에 퇴사하면 꼭 여러 머신러닝 강의를 들어볼 생각이다.) 진짜 혼자 연구좀 진행해 보려고 했는데 바로 잡 오퍼가 왔다. 이전 회사보다 좀더 크고 빅데이터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라고 해서 (사실 액수도 들으면 놀랄만큼 컸고, 지원도 컸다..) 뭔가 전문적으로 가르침을 받고, 팀웍을 길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머신러닝에 관련이 없는 파이썬 개발자 분과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팀을 이끌면서, 기획하고, 논문을 읽고 구현하고, 오너와 소통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교를 병행하고 하는 과정이 배움보다는 또 나혼자만의 고달픈 싸움처럼 느껴져 퇴사를 결심했다.

아직도 나는 잡오퍼를 가끔 받는다.(자랑이 아니라, 그만큼 인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일할 곳은 내가 배울 수 곳인지 판단하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다. 입사자가 자기소개서를 쓸때 내용을 부풀려 말하는 것 처럼 기업도 입사자에게 엄청나게 좋은 기업인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좋은 직장(팀)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유명하거나 눈에 띄는 구인 글은 눈으로 보거나 문의를 넣는 편인데, 사실 눈에 띄는 경력도 아니고 그만큼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결과물이 없어 항상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내가 준비해온 것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나는 이정도 올라왔으면 눈높이가 조금은 맞춰졌겠지 하면서 아직도 페이스북 커뮤니티나 깃을 보는데 아직도 ‘정말 대단하다.’, ‘이해도가 높으시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 괴리감도 든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런 분들과도 교류하고 일해보고 싶은 욕구도 커지게 되는 것 같다. 다음 목표는 졸업까지 기본적인 면에 집중해보고 싶다.

처음엔 기본이 부족해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역시 느끼는건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음 구직까지는 시간이 나면 계속해서 간단한 이론들을 리뷰하거나 구현물을 공유해볼 생각이다. 정말 코드 리뷰처럼 내 머릿 속 정리된 이론들도 남들에게 리뷰를 받아야 좀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소심한 성격이지만 이를 통해 내가 한단계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다.